떨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나는 전화를 걸기 위해서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누를때는 항상 손가락에 망설임을 담아서 버튼을 누르곤 했는데, 그 날은 그 망설임이 정말 심했다. 이미 마음의 결정은 어제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려니까 내가 결정을 잘못한 것은 아닐까. 나중에 정말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난 원래 미친짓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런 생각이 막 들어서 버튼을 누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눌렀다. 지금 생각해도 꽤 과감했던 것 같다. 벨이 몇 번 울리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냐고. 그래서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저 졸업 좀 연기시켜 달라고. 그러자 반대편에서 대답했다. 학번하고 이름 알려주세요. 그래서 대답해줬다. 그러자 다시 대답이 돌아왔다. 처리되었습니다. ..
학부생 시절의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4학년 때 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과목을 수강한 저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조별과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한 학기 내내 진행되는 꽤 큰 과제였죠. 조는 4명으로 이루어졌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조가 되었습니다.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라는 과목은 굉장히 평범한 이름처럼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대한 모든 과정을 평범하게 진행하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분석, 설계, 개발, 테스트, 시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요. 그래서 기능목록 작성이나 유즈케이스 그리기, 시퀀스 다이어그램 그리기 같은 자잘한 과제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종의 프로젝트 과제도 크게 걸려 있었고요.일단 시작은 간단한 과제를 나누어서 하기로 했는데..
이 스크린샷은 조작된 것이 아니에요. 이거 찍으려고 안 돌아가는 테스트 케이스 다 주석처리 해버린 것도 아니에요. 어디 허드슨이 그렇게 허술한가요. 저기 보면 200개에 가까운 테스트 케이스가 돌아가고 있는게 다 나오잖아요. 어디 허드슨이 운빨로 빌드가 성공하는 툴인가요. 테스트 케이스 하나 얻어 걸려서 성공해본 적이 없네요. 200개에 달하는 테스트 케이스 하나하나를 다 만들거나 고치거나 해서 빌드를 돌리고 끝까지 성공 못하는 테스트 케이스 하나 하나를 다 성공시킨 결과라구요. 9월 8일 서울의 도심에 있는 모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아침에 출근 하려고 일어났는데 몸이 뭔가 정상이 아닌거 같더라구요. 원래 아침엔 다 그런거 아닌가 싶어서 씻고 출근하려고 하는데, 양치질 하고 있으려니까 속..
일단은 무척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보통 고등학생때쯤 배우는 물리학에서는 열효율이라는 개념이 나와요. 열효율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효율성을 나타내는 공식이에요. 100의 연료를 넣었더니 80이 나왔더라. 그러면 효율성이 80%가 되는 것이지요. 100을 넣어서 120이 나오면 에너지 걱정도 없고 기름값 걱정도 없고 좋겠지만 세상에 버그가 나지 않는 이상은 그건 불가능하지요. 열효율은 100%가 최대이고, 그나마도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요즘 대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보통 대학교에서 잘 안가르쳐주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과목에서는 정보효율성(Information-theoretic efficiency)이라는 개념이 ..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던 신입사원 시절, 회사 인트라넷에 경진대회 공지가 하나 떴습니다. 뭐,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그 중 하나로 이 경진대회를 개최하니 다들 많이 참여해주길 바란다. 이런 공지였죠. 경진대회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단체전 경진대회 중 하나가 매시업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였습니다.매시업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은 다른 서비스들, 그러니까 네이버라든지 구글이라든지 다음이라든지 이런 서비스들에서 제공해주는 정보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당시에는 매시업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굉장히 유행이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도 많은 대회가 있었습니다. 저도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혼자서 MP3 파..
※ 하비 몰로치의 저서 상품의 탄생 그리고 디자인 이야기(Where stuff comes from)에 대한 글입니다.일반적으로 상품의 디자인은 그 상품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길거리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바라본다고 했을 때, 예술가가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학자가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공학자가 바라보는 시각은 동일 할 수 없다. 심지어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 없는데, 동일한 예술가들이 같은 자동차를 바라본다고 해도 그 자동차의 구성물들간의 조화로움을 높이 평가하는 예술가가 있을 수 있고, 색상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예술가가 있을 수 있다. 즉, 디자인이라는 요소를 평가하는 기준은 객관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주관적인 시각이 많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인데..
나는 살아오면서 우리집이 그다지 가난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에서도 우리집은 그럭저럭 잘 사는 편이었지만, 가끔 돈 걱정 전혀 하지 않을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 것에 아쉬워 할 때가 있는데,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마을버스를 기다려야 할 때가 보통 그렇다. 이사오고 나서, 팜플렛에 적혀있던 지하철역에서 5분거리! 라는 말은 카레이서 기준임을 알게 되었고, 당연하게도 마을버스 기사분들은 카레이서가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합쳐서 15분 정도가 소모되었다. 우리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버스는 2종류가 있는데, 5번과 422번이 그 것 이었다. 두 버스의 노선은 물론 다르기는 다르지만,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였고, 전체 정류장의 70% 이상이 겹쳤으며,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