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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초의 일입니다. 10일짜리 상병 정기 휴가를 나와서 3일 정도만에 만날 사람을 다 만나고 7일 정도의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던 저는 의미 없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소프트웨어 분야의 큰 별이 하나 졌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재프 래스킨(Jef Raskin)이었고,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대부였으며, 그 유명한 1984 매킨토시를 개발한 사람이었지만 프로젝트 도중 스티브 잡스와 크게 싸우고 팀을 나간 덕분에 이 분야에 어지간히 관심이 있지 않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잘 모르는 분야였지만 존경할만한 소프트웨어 거장이 - 내가 그 사람을 존경하기도 전에 -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저는 아무래도 이 사람이 누군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

에세이 2021. 9. 21. 02:05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빠르거나

연구에 따라 추정치가 바뀌기는 하지만 현생 인류는 수십만 년 전에 지구에 등장하였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농경의 역사는 1만 년 정도로 아주 짧은 편입니다.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간들은 채집과 수렵을 위해서 적절한 거주지를 옮겨 다니던 생활을 청산하고 한 곳에 정주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문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도 수렵을 하던 시절의 인류는 야생에 나가서 동물들과 혈투를 벌이기도 했겠지만, 주로 강가나 바닷가에서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면서 살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사냥이라는 것 자체가 노력과 운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일이기에 ROI가 생각처럼 잘 나오는 활동이 아닌 편이고, 식량의 조리와 장기 저장이 쉽지 않던 시절에는 수급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냥보다는 채집에 가까운 수렵 활동인 낚시가 ..

에세이 2021. 5. 20. 04:03
echo

갑자기 언젠가 어릴 때의 주의력 결핍이 성인이 되면 불안장애로 이어진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가 분별력과 집중력을 가진 어른이 될 것을 강요받기 시작하면, 그 산만함이 내재화되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불안감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이라면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덜 불안해하는 편인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방금 전 읽기 시작한 책을 대충 옆에 던져놓고 TV에서 재생되는 유튜브 영상에서 그렇게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지식을 습득하면서 동시에 노트북을 켜놓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일들을 하다가 막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어 올리면서 한 생각이었다. 들어 올린 핸드폰의 화면이 자동으로 켜지지 않길래 핸드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나는 그냥 아직..

에세이 2021. 4. 5. 02:22
레디스(Redis)의 50가지 그림자

터미널에 비친 로그에 좌절해서 얼굴을 찌푸렸다. 이 몹쓸 캐시는 얌전히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원래 캐시는 데이터를 유지할 의무가 없었지만, 몹쓸 개발자였던 나는 일관성 없이 사라지는 데이터들이 주는 시련에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문득 어느 주말, 회의실에 모여서 보고 자료를 리뷰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기술적인 용어가 가득한 문서를 리뷰하다가 갑자기 상석에 앉아있던 임원 한 분이 '그런데 너네 캐시와 인메모리 데이터 그리드의 차이는 알고 쓴 거야?'라고 물어봤고, 속으로 아니 여기 앉아있는 사람들의 아키텍트 경력만 합쳐도 200년은 될 텐데 누가 그걸 몰라?라고 생각했지만, 고작 7년 차 막내 아키텍트였기에 차마 나서서 대답할 수 없었던 나는 토카막의 플라스마처럼 위태롭게 유지..

에세이 2021. 3. 14. 06:02
보이지 않는 별빛에 닿아

평온무사한 하루를 마치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 때였습니다. 쓰레기를 탈탈 털고, 손도 탈탈 턴 다음에 집에 들어가려다가 문득 오늘이 정월대보름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오늘 정말 둥근달이 떴을까 궁금해져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봤는데 주변 건물들에 막혀서 달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 앞에서 달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전까지는 한 번도 달이 제대로 붙어있나 확인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살면서 달을 두 눈으로 확인한 적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살면서 달을 두 눈으로 본 적은 무수히 많았겠지만, '나는 지금 달을 봐야겠어'라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확인한 적이요. 제 기억으로는 지금 다니는 회사의 입사시험을 봤던 날,..

에세이 2021. 3. 7. 05:26
우리들의 분리수거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

우리들의 분리수거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 분리수거칼을 이용해 페트병에서 라벨을 분리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분리수거칼이라는 말도 생각해보면 좀 이상했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분리수거 전용 칼이라는 것이 있었고, 심지어 내 손에 들려있었다. 나는 이 복잡하게 생긴 분리수거칼이 어떤 인간공학적인 고민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저 커터칼보다 덜 날카롭다는 이유로 그 본연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었다. 일단 덜 날카로우면 페트병이 찢어질 염려가 적다. 그리고 내 손이 찢길 염려도 적고. 분리수거 전용 칼은 정확히 말하면 플라스틱 - 비닐 분리 전용 칼이었다. 대부분의 분리수거 활동에서 플라스틱과 비닐의 분리는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비닐 라벨이 붙은 플라스틱 용기'..

에세이 2021. 2. 14. 21:57
나는 개발왕이 될 거야

나는 개발왕이 될 거야 -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놀랍고 부끄럽게도 중2 때가 아니라 직2 때였다. 사실 중2 때의 나는 이미 내가 개발왕이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직2때 나는 개발왕이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는 말은 주변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 겸손한 표현이었다. 사실 누구라도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주 100시간이라는 웅대한 업무 시간 동안 앉아서 개발만 하다 보면. 수평선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일감 목록 앞에 마주한 나 자신을 생각하면, 인간이 왜 대자연과 코드 앞에서 겸손해져야 하는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나에게도 '그 시기'가 왔다. 모든 개발 인생에 한 번은 꼭 온다는 '퇴근하다가 가벼운 교통사고가 ..

에세이 2021. 2. 12. 01:54
개발자가 씽크패드를 써야하는 이유

세 번째인가 다섯 번째쯤 다시 비명소리 같은 사이렌 소리가 새벽 공기를 찢어버릴 기세로 귓가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두 번째인가 네 번째쯤까지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던 집중력이 툭 하고 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물리학에 조예가 깊었다면 도플러 효과를 응용해서 저 사이렌이 어느 방향으로 어느 속도로 움직이는지 계산할 수 있었겠지만 솔직히 저는 저 사이렌 소리의 근원이 경찰차인지 앰뷸런스 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저 집 앞에 외상치료로는 서부 최고라는 병원이 있었으니 앰뷸런스 소리가 아닐까 추측했을 뿐. 그리고 왜 그 병원이 중증 외상치료 경험이 풍부한지에 대해서는 되도록 추측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고 주위는 이내 적막해졌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울음소리 같은 빗소리가 ..

에세이 2021. 2. 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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