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가까이 붙어 있으면 안 되는 단어들이 몇 개가 있습니다. '혈액형'과 '성격'이라든지, '음이온'과 '건강'이라든지, '지구'와 '평면'이라든지, '파인애플'과 '피자'라든지. 물론 이런 단어 조합에 대해서는 각자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견을 가지지 않을 보편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단어 조합이 최근에 생겼는데, 바로 '코로나'와 '덕분에'입니다. 무언가의 원인으로써 코로나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면 그다음에는 반드시 '때문에'가 와야지 '덕분에'가 붙으면 잘못 사용한 자리토씨를 보는 것만큼이나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만큼이나 '코로나 때문에'를 던지고 남은 문장을 완성하라고 하면 다들 할 말이 무척 많을 겁니다. 그만큼이나 2020년은 모두에게 전에 없을 만큼 힘..
모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평화로운 주말 오후였습니다. 앉아서 쉴 수는 있었지만 누워서 쉴 수는 없었던 애매한 계급이었던 제가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서 책을 세네 장 정도 읽었을 때, 누군가가 급하게 뛰어올라와서 저를 찾았습니다. 중대장님이 찾으시니까 빨리 중대본부로 가보라는 겁니다. 영외 중대였던 저희 부대는 기본적으로 간부들이 평범한 회사원처럼 자가에서 출퇴근을 하는 것이 기본이었고, 중대장님도 주말에는 부대에 안 계신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장님이 주말에 출근을 하는 상황은 일반적이 아닌, 그러니까 뭔가 문제가 생긴 상황이었고 보통 그런 소식은 매우 빠르게 전파됩니다. 그래서 저는 중대장님이 출근하셨다는 소식보다 나를 찾으신다는 소식이 먼저 들렸다는 사실에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
상상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는 시대입니다. 원하는 것은 뭐든 빠르고 자세하고 직접적으로 구할 수 있는 시대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이라는 말이 별로 칭찬의 수사가 되지 못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을 찾아봤을 때, 유튜브의 비율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높아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유튜브가 검색엔진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 언젠가는 HTML이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끔찍한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 싶었으니까요. 저는 문자로 된 정보가 훨씬 습득이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영상으로 된 정보가 훨씬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면 게임의 막히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Walkthrough 영..
저는 세상에 나쁜 책은 별로 없다는 주장에 보통 동의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지배하고 있는 자기 계발서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세상에 나쁜 책이 별로 없다는 말은, 실제로 나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할지라도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가치는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보통 자기 계발서들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큼 비판하고 싶은 주장을 담고 있는 경우도 별로 없고, 교사로 삼을 만큼 유익한 내용이 있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기 계발서는 아주 오랫동안 국내 출판계를 지배했습니다. 언제나 서점을 가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비슷한 부류의 책들이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