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의 상태 바에 떠 있는 편지 모양의 아이콘을 보면서 생각했다. 모바일 그룹웨어는 정말 대단한 기술이 아닐까. 회사 내부에서 메일과 결재, 소스코드와 배포본, 시시한 잡담과 중대한 공지가 왔다 갔다 하는 업무용 네트워크는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듯한 세심한 정보보호의 의지에 힘입어서 매우 강력한 관문과 방화벽으로 격리되어 있었다. 순수한 의도로 직원들의 24시간 업무를 도와주기 위해 핸드폰에 설치할 수 있는 그룹웨어를 만들어서 배포했을 때 회사의 고민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업무용 핸드폰을 모든 직원에게 지급해주기에는 열정이 조금 부족했는지 개인 소유의 휴대폰에 그룹웨어를 설치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사내망이 아닌 보통의 인터넷망에서 사내망까지 도달하는 길이 절대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
"당신은 무슨 일을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란 항상 어렵다. 의도와 관점에 따라서 카멜레온처럼 바뀌는 게 우리 직업을 부르는 호칭이라서. 우리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 그냥 컴퓨터일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게 적당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개발과 운영의 차이 그리고 데브옵스 트랜드에 대해서 설명한 뒤 직업을 말하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이 될 테니까. 어차피 많은 사람에게 컴퓨터 두드리는 일이라면 다 똑같이 보이기 마련이다.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무언가 허세를 부리고 싶다면 "프로그래머요"라고 대답하는 게 유리하다. 영어로 된 직업명이 가져다주는 미지의 매력이라는 걸 누릴 수 있으니까. 필연적으로 되돌아올 "프로그래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밍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