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다
1. 지나치다 가을은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고 겨울이 막 시작되려고 할 때, 생각했던 모든 즐거운 일들을 집어 던지고는 대전행 기차에 탔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대전에 내려가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마음의 준비를 하지도 못하고 내려간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도. 상황이 안 좋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안 좋겠냐는 의심이 들 정도 였다. 혼자 사는 것도 처음이고 지방에서 사는 것도 처음인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일 하는거야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먹고 자고 지내는 것들이 걱정이었다.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대전역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탈 때까지도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양손 양어깨에 짐을 한 가득 들고 ..
에세이
2012. 2. 22.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