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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라 추정치가 바뀌기는 하지만 현생 인류는 수십만 년 전에 지구에 등장하였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농경의 역사는 1만 년 정도로 아주 짧은 편입니다.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간들은 채집과 수렵을 위해서 적절한 거주지를 옮겨 다니던 생활을 청산하고 한 곳에 정주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문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도 수렵을 하던 시절의 인류는 야생에 나가서 동물들과 혈투를 벌이기도 했겠지만, 주로 강가나 바닷가에서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면서 살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사냥이라는 것 자체가 노력과 운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일이기에 ROI가 생각처럼 잘 나오는 활동이 아닌 편이고, 식량의 조리와 장기 저장이 쉽지 않던 시절에는 수급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냥보다는 채집에 가까운 수렵 활동인 낚시가 훨씬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안정적인 농경을 위해서 담수를 구할 수 있는 강가에서 문명이 발생했다기보다는 이미 강가에 자리 잡은 인간 무리에게서 농경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현생 인류가 강가에 자리 잡고 있던 인류의 후손이라는 몇 가지 미심쩍은 증거들이 있는데, 일단 인간은 유인원 중에서는 드물게도 수영에 능숙한 종이고, 강가에 자리 잡으면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도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인간은 모든 동물을 통틀어서도 덩치보다 유독 뇌가 큰 편입니다. 그래서 높은 지능으로 도구를 만들고 의사소통을 발전 시켜 나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뇌를 발달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DHA와 같은 지방산이 많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방산의 합성이 체내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고 외부 식품의 섭취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우리는 많은 광고를 통해서 생선을 많이 먹어서 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만, 생선 외에는 섭취 수단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물론 문명 이전의 인류도 그 사실은 몰랐을 겁니다. 그래서 농경이 시작되고 가축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식량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자 점점 강가를 벗어나서 내륙으로 거주지가 확장되기 시작하고 식습관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생겨날 우리 몸의 변화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인류에게 일어난 식습관의 변화는 우리 몸이 천천히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졌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 몸에서 신호체계 전달의 혼란이 이루어지자 예상하지 못한 질병과 면역 질환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지방산 중 오메가3와 오메가6는 체내에 1:1 비율로 구성되는 것이 건강한 상태라고 하는데 현대 인류는 이 비율이 1:10까지도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체내에 오메가6가 많아지기 시작하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이 커지는 문제가 생겨납니다.

사실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해도 등 푸른 생선을 주기적으로 챙겨 먹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밥을 잘 챙겨 먹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생선 굽다가 나오는 미세먼지가 걱정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잠재적인 심혈관질환도 걱정스러웠기에 많은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오메가3를 알약으로 섭취함으로써 생선 섭취의 의무를 덜어내고 메뉴 선택의 자유를 얻어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것이 신체의 적응에 비해 너무 빠르게 변해버린 식습관에 대한 일종의 속죄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한 간편한 속죄조차도 익숙해지고 귀찮아져서 몇 번 빼먹었다가 문득 지방산의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메가3 알약을 삼키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목에 걸린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입니다. 내가 알약을 똑바로 삼킨 것인지 자신이 없었던 저는 아주 잠시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지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당황했는지 숨이 쉬어지기는 쉬어지는데 정상적으로 쉬어지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습니다. 평생 기도에 뭐가 걸려본 경험이 없어서 지금 이 느낌이 무슨 느낌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아주 잠시 고민을 해봤는데, 숨쉬기가 뭔가 불편한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숨이 막히는 기분은 아니라서 기도가 막힌 것은 아니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오메가3 알약의 거대한 크기라면 뭔가 잘못 삼켰을 때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모두 추론이었고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조금 찾아봤는데 식도에 뭐가 걸린 거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하고, 기도에 뭔가 걸렸으면 물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확신이 없었던 저는 물을 소심하게 몇 모금 마셔봤는데 별다른 변화는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식도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은 대부분은 뭐가 실제로 걸린 것이 아니라 삼켰던 음식물이 식도를 지나가면서 점막을 자극했을 때나 혹은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점막이 약해졌을 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끄덩한 오메가3 알약으로 인한 자극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추측했지만 제가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불안감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불안감 속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리고 역시나 기도나 식도에 뭐가 걸린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진짜로 기도에 뭐가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럴 때 기가 막힌 대처법은 하임리히법이고, 저는 하임리히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글로 배워서 알고 있지만 제가 아는 지식으로 하임리히법은 두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내가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심혈관계에 신경 쓰려다가 기도 질식으로 인해 급고독사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대처법을 찾아봤습니다.

열심히 찾아보다가 하임리히법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기도 질식 상황에서는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해서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그래서 아무래도 미리 연습해야 사고를 막을 확률을 높일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과 유튜브를 참고해서 '건강을 위해서 오메가3 알약을 먹다가 기도에 걸렸을 때 대처법'을 연습해봤습니다.

오른손을 명치 부근에 가져가고, 왼손을 그 위에 올리고, 힘을 주어서 밀어 올린다. 그런데 뭔가 약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찾아보니 그 상태에서 책상 모서리 등에 부딪혀서 강하게 힘을 줘야 한다고 쓰여있었습니다. 책상 같은 게 없으면 그 상태에서 앞으로 넘어지라고. 그래서 넘어질 용기가 없었던 저는 이걸 어떤 자세를 해야 책상 모서리에 부딪힐 수 있지? 라고 고민하다가 뭔가 시도를 해봤는데...

드디어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숨이 막히는 기분을 알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명치를 세게 맞으면 숨이 막힌다는 것도 글로 배워서 알고 있었는데 이걸 이렇게 확인하는구나. 그런데 이걸 셀프로 체험한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꺽꺽거리면서 기침을 하던 저는 간신히 숨이 돌아오고 나서야 누가 이 꼴을 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인간은 완벽하게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식도와 기도의 입구가 이어져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마 완벽하게 진화했다면 우리는 아가미 같은 것을 가지고 있거나 피부 호흡을 하거나 뭐 그랬을 겁니다. 다시 수십만 년이 지나면 뭔가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자연 선택이라는 게 무의미해진 인간에게는 더 이상 진화가 없을 거라는 예측도 있으니 의외로 뭔가 안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엔 식습관이 너무 빠르게 바뀌면서 우리 몸의 밸런스가 깨진 것처럼, 가끔 환경과 사회의 변화를 진화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서 불완전성이 노출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초기 인류는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망선고와 다름없었기에 고립의 위험을 겪을 때 외로움이나 불안감 같은 불편한 감정을 느껴서 이를 경고하도록 진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무리를 이루지 않아도 생존에 큰 위협을 받지 않기에 굳이 경고가 필요 없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수십만 년 뒤에도 계속 남아있을지 모르니 제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알약 먹다가 비명횡사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셀프 하임리히법을 연습했다가 비명을 지를 뻔한 나는 진화가 너무 느린 건가 적응이 너무 빠른 건가에 대해서 잠시 고민해봤지만 목에 이물감이 남아있는 동시에 명치에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그런 숨 막히는 고민을 하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아무래도 아까 숨쉬기가 불편했던 것은 알약과 상관없이 튀김요리를 시도하고 환기를 제대로 안 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산화탄소 측정기와 전열교환기, 전동커튼을 이용한 자동 환기 시스템의 설계, 고독사를 그냥 사망으로 바꿔 줄 독거 네트워크 구축 방안, 오메가3 알약 섭취 중단을 위한 참치 배급량 확대 및 들기름 구매안 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인간의 진화가 너무 느려서 내가 지금 주저앉아있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보다는 훨씬 신나는 고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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