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어느 수요일 아침이었다. 모든 아침 중 무작위로 하나를 뽑아도 14%의 확률로 뽑히는 게 수요일 아침이니 그 자체가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한숨 좀 쉬다가 뭔가 쳐보고 살짝 클릭했다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서 다시 한숨 쉬고 하는 루틴도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다만 공휴일도 아닌 평일에 회사도 아닌 곳에서 주어진 업무가 아닌 코드를 들여다보는 것은 살짝 특별한 일이었다. 아침 일찍 찾은 도서관은 시험 기간임에도 빈자리가 꽤 있었다. 연차 휴가까지 쓰고 출근하듯이 집을 나선 보람이 있었다. 오늘은 뭔가 빨리 끝내고 집에 일찍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의 빈자리가 모두 가득 찰 때까지 모니터 속 코드는 다섯 줄을 넘기기 어려웠다. 자정까지 과제를 제출해야 ..
신입사원 때의 일이었다. 한참 더운 여름, 프로젝트 사무실이 있었던 작은 건물에 들어서니 경비 아저씨가 뭔가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매일 퇴근할 때마다 사무실 문을 열쇠로 잠그고 경비아저씨께 드렸기 때문에 안면은 있었지만 가벼운 인사 외에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데 왜 그러시는지 궁금했다. 평소처럼 가볍게 인사하고 2층으로 올라가서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아무도 없었다. 내가 조금 일찍 출근했나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펼치는데 경비아저씨가 사무실에 올라오시더니 혹시 뒷자리에 앉아있던 사람 잘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아, 예. 회사는 다르지만 저희 파트에서 일하시는 과장님 입니다. 그러자 경비아저씨가 갑자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며 흥분하셔서 매우 빠르게 말을 뱉어내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