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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失速 (Stall)

June 2013. 3. 9. 21:02

정말 문득, 뜬금없이 든 생각인데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흘러갈 것이라고 믿는 것이 너무 낭만적인 발상이라면, 세상 모든 일이 절대로 계획대로 잘 흘러갈 리가 없다고 믿는 것은 너무 패배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세상의 어떤 일들은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어떤 일들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조금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까 싶네요. 세상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잘 되는 일도 있고, 계획대로 되기는 했는데 계획자체가 잘못되어서 결과적으로 무척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일도 있는 법이잖아요. 잘 가고 있다가도 이런저런 이유로 비틀비틀 거릴 때가 있는 법이구요.

 

비행기가 날아가다가 비틀비틀 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치못한 난기류를 만나서 심하게 비틀거릴 수도 있는 것이고, 노련한 기장들은 그 비틀거림 조차도 잘 통제하면서 난기류를 빠져나가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먹은 것 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꼭 난기류가 아니더라도 갑자기 엔진이 꺼져버리거나 컴퓨터가 오류를 내거나 연료가 떨어지거나 미사일을 맞거나 조종을 잘못하거나 등등으로 비틀거릴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게 그 비행기에 탄 모두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거잖아요.

 

비행기가 날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일단 공중에 뜨려면 양력이 필요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추력이 필요하겠죠. 비행기 엔진이 공기를 분사해서 그 반작용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그 힘이요. 그런데 결국 양력은 추력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비행기가 뜨려면 앞으로 나아가야되는 것이죠. 무수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공중에서 가만히 떠있는 비행기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결국 같은 원리이구요. 헬리콥터나 수직이착류기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모든 비행기들은 한 장소에 머물기 위해서 크게 원을 그리면서 선회하는 것을 선택하지요. 그리고 공중에 떠있으려면 그 속도가 적지 않은 속도여야 되구요.

 

만약에 예상치도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던 사고로 인해서 날아가던 비행기가 비틀거리다가 속도를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비행기는 충분한 추력을 발생시키지 못하게 되고, 결국 양력도 잃어버리게 되요. 그런데 비행기가 사실 두둥실 떠다니기는 하지만 보통 무거운 물체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우주에서 날라다니는 것도 아니니, 비행기는 결국 중력의 영향을 벗어날 수가 없고, 중력이 양력보다 강하게 되면 비행기는 중력을 향해 전진 할 수 밖에 없어요. 우리 모두가 땅에 서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로 비행기는 땅을 향해 날아가게 되죠. 보통 추락이라고 부르는 그거요.

 

비행기나 사람이나 비슷한게, 비틀거리다 보면 추락하는 순간이 있어요. 사실 사람이나 프로젝트도 비슷한게 프로젝트도 비틀거리다 보면 추락할 수 있거든요. 가끔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어 이거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여기저기서 지연이 보고 되고, 여기저기서 결함이 속출해요. 개발자 입장에서 그걸 걱정스럽게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제발 저 지연이 내가 일으킨게 아니었으면, 저 결함이 내가 담당한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프로젝트 전체를 걱정하다가 어느 순간 내 걱정이 우선이 되는 순간이 있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때가 프로젝트가 비틀거리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공동의 목표라는게 사라지고 개인의 목표와 이기심이 우선이 되거든요. 사람들은 서로 날카로워 지고, 정말 위기의 순간에 각자의 위치에서 다들 화합해서 위기를 해결하기 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해지고, 욕 안 먹는게 최우선 목표가 되니 무언가를 타계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 같은게 잘 안나오구요. 결국 상황은 악화되기만 하고 반등의 기미 같은건 시도조차 보이지 않아요. 그게 프로젝트가 추락하는 순간이지요.

 

비행기는 조종간을 앞으로 밀면 기수가 아래로 내려가고, 조종간을 앞으로 당기면 기수가 위로 올라가요. 그러니까 밀면 하강, 당기면 상승이지요. 그러면 비행기가 추락할 때는 조종간을 밀어야 될까요, 당겨야 될까요? 만약에 통제 가능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비행기가 내려가고 있는 중이라면 별로 고민할 것이 없어요. 당기면 되죠. 그런데 비행기가 비틀거리다가 속도를 잃어버리고 추락하는 도중에는 모든 물리학의 법칙이 비행기를 통제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리거든요. 이 상태에서 조종간을 당긴다고 비행기가 얌전히 추락하던 것을 멈추고 상승할리가 없어요. 말했지만 비행기가 위로 올라가려면 양력이 발생되어야 되는데 양력이 없는 상태에서 기수를 올리려고 시도하면 또 별별 물리학의 법칙이 비행기를 더 강하게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게 하거든요. 그러면 답이 없는거죠.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지금보다 일을 더 하라고 하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쉬엄쉬엄 하라고 하면 생산성이 떨어져요. 그럼 프로젝트가 추락하고 있을 때는 일을 더 하라고 해야 될까요, 덜 하라고 해야 될까요?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책임지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할 지시는 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프로젝트가 추락하고 있다면 어쨌든 의사결정권이 있는 관리자들은 프로젝트가 정상화 되어 마무리 될 떄까지의 큰 그림을 제시해주어야 되고, 거기에서 각자가 해야 될 일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확실하게 정해줘야 되겠지요. 나는 잘 모르겠고 일단 빨리 진척 부터 정상화 시켜봐 라고 해봐야 결국 프로젝트가 더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수 밖에 없어요. 왜냐면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 그것이 사람이 부족한 것이든 능력이 부족한 것이든 운이 없어서이든 - 프로젝트가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인데, 그 이유도 해결방법도 없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라고 해봐야 추락하는 비행기의 조종간을 무작정 당겨버리는 것과 다를게 없는거죠. 우리가 비행기를 별다른 불안감 없이 탈 수 있는 것은 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이 정말 경험도 많고 엄격하고 확실하게 훈련 받은 엘리트라고 빋기 때문이잖아요. 최소한 추락하고 있더라도 그걸 어떻게든 다시 정상고도로 비행기를 올려놓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믿으니까 아무 걱정없이 수천미터 상공에서 잠을 잘 수 있는거잖아요.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탄 사람들도 마찬가지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그런 믿음을 줄 수 있을까요? 그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비행기가 충분한 속도를 얻지 못해서 추락하는 현상을 실속(失速, Stall)이라고 불러요. 속도를 잃은 것이죠. 하지만 실속 상태에 빠졌다고 모든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은 아니에요. 속도를 잃어서 추락하는 것이라면, 속도를 다시 얻으면 되잖아요. 그리고 참 다행히도, 뭔가 떨어지는 물체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져요. 고등학교 때 다 배우는 물리학의 법칙에 의하면 힘은 무게 곱하기 가속도이잖아요. 비행기가 떨어질 때 제 정신을 차리고만 있다면, 오히려 비행기를 더 빠르게 떨어뜨려서 가속도를 중력가속도에 가깝게 얻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무거운 비행기는 충분히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겠지요. 물론 애초에 고도가 높아야 땅에 떨어지기 전에 원하는 속도를 얻을 수 있겠지요. 떨어지는 비행기를 자꾸 상승시키려고 기수를 들어봐야 결국 가속도를 더 낮추는 효과밖에 안 나타나요.

 

추락하고 있는 우리가 선택해야 될 방법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그 추락에서 가속도를 얻어서 유유히 날아갈 지도 모르는 것이고, 누군가는 그 추락에 아무것도 못하고 정말로 떨어져버릴 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정말 문득 뜬금없이 든 생각인데, 세상 모든 일이 다 계획적으로 흘러갈리는 절대 없을테니 우리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못할 것 까지도 계획에 넣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추락하는 와중에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모두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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