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글씨와 이야기
남의 이야기를 하기는 참 쉽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지레짐작과 단편적인 정보들의 조합이면 훌륭하게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으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비명은 다수의 합리적 의심 아래에 쉽게 스러진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글씨는 글을 이루고, 글은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글씨를 잘 쓰는 법, 그 글씨를 잘 쓰기 위해 펜을 잡는 법 따위를 엄격하게 배운다. 그다지 엄하지 못한 집 안에서 자란 나는 펜을 대충 잡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엉망이 글씨체를 가지게 되었다. 매우 지저분한 한글 글씨체를 가지게 된 나는,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자 인생 새로 시작하는 거야. 나는 한글을 포기하고 영어로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알파벳 쓰는 법을 ..
에세이
2019. 2. 9.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