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i-Automatic
매일같이 걸어가는 퇴근길을 걸을 때는 그 익숙함이 마음에 살짝 틈을 열어줍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고 주변의 풍경과 소리에 특별함이 없기에 걸음을 반쯤은 무의식의 영역에 맡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를 반자율보행 상태에 진입하게 만들고 얻은 머릿속의 여유에 다른 생각들을 반쯤 집어넣고 흘러가게 놔둡니다. 그 생각의 흐름이 잠시 멈추면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다시 이런저런 생각이 흘러가기 시작하면 그 흐름에서 의미 있는 생각들을 찾아다니다가 곧 음악 소리를 잊어버리게 됩니다.그렇게 만들어진 주관적인 세계의 흐름에서 주변에 스쳐가는 다른 사람들과 자동차들, 건물들, 불빛들은 대부분 무시됩니다. 무시당하지 않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아마 타이밍 좋게 바뀌는 횡단보도의 빨간 신..
에세이
2018. 9. 10.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