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바이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생각의 흐름 사이에 작은 댐 하나가 들어설 때가 있습니다. 흘러가던 생각이 멈추고 아무 생각이 없어지면 시야가 넓어지고 주변의 적막함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노트북을 식히던 팬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가 식어버린 커피를 데우는 모습, 대충 쳐놓은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거리, 주인을 떠나보낸 의자들과 꺼져있는 수많은 스크린들이 사무실을 고요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키보드의 키 하나를 툭 쳐보면 짧고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곧 다시 조용해집니다. 낮이었다면 많은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겠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소리여서 다들 자신이 들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지나쳤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
에세이
2018. 7. 28. 0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