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밤의 컴파일
짧은 벨소리와 함께 안전벨트 표시등의 불이 꺼졌다.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올라섰다는 신호였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안전벨트를 풀고 기지개를 켜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할 때, 나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서 트레이에 올려놨다. 착륙하기 전까지 만들어야 될 것이 있었다. 지난주에 숙제를 하다가 중대한 문제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테스트까지 했었는데 막상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대량의 연산을 돌리니까 프로그램이 제멋대로 죽어버리기 시작했다. 한 번 돌리면 결과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돌려놓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결과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아침마다 확인하는 것은 비정상 종료 메시지뿐이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량의 작업을 추가하기 위한 대기열..
에세이
2018. 7. 23. 03:20